2022년 9월 어느 날, 나는 교동도 난정저수지에 가 있었다.
저수지 주변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해바라기 물결.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. 고려산 진달래 군락을 처음 봤을 때와 흡사한 놀람을 경험했다.
해바라기 심고 가꿔낸 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실로 대단하였다. 관광 명소 되는 게 당연했다. 많은 이가 찾았다. 축제도 열렸다. 강화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게 될 거였다. 하지만, 태풍과 이상기후로 해바라기가 제대로 피지 않고 있다. 용케 컸다가 바람에 꺾였다. 해마다 낭패다. 축제도 흐지부지해졌다. 안타깝다.
난정저수지에서 해바라기 바다를 감상하던 그 가을, 한 여인이 떠올랐었다.
소피아 로렌!
그녀가 나온 외국영화, ‘해바라기’!
영화 화면 가득, 바람에 흔들리던 그 해바라기들이 교동도 해바라기와 오버랩됐다. 전쟁이 남자를 끌어가고 그래서 갓 결혼한 부부는 이별 당했다. 여자가 그러니까 소피아 로렌이 남자를 찾아 먼 길을 나서지만, 인연은 끝내 어긋난다. 아름다우나, 때로 모질기도 한 것이 인연인가 보다.
영화 속 ‘이산가족’이 여기 교동에서는 여전히 현실이다. 6·25전쟁 때 북쪽에서 피난 내려온 이들, 철책 넘어 코앞 고향 땅을 바라만 보며, 보며 살다가, 살다가 눈을 감는다.
몸 생채기 아물었어도 마음 생채기 여전한 ‘평화의 섬’ 교동도에, 온통 노랗게 펼쳐졌던 해바라기, 해바라기, 평화바라기.
다시 볼 수 있을까.